닭은 새벽이면 때를 맞춰 운다. ‘장자’에서는 닭이 밤이 새는 것을 알리는 것을 시야(時夜)라고 했다. 시야는 닭을 뜻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여명(黎明)을 밝히는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됐다. 옛 화가들은 해 뜨는 장면을 묘사할 때 닭을 그려 넣었다. 중국 삼국시대 영웅 관우의 위패를 모신 강화 관제묘(關帝廟)의 대문에는 수탉이 그려져 있는데 그 옆에 “때때로 길게 우니 복이 저절로 오네(時時長鳴福自來)”라고 적혀 있다.
닭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불러오는 동물로 여겼다는 얘기다. 마을에 돌림병이 유행하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새해에 액운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이는 그림에도 닭은 호랑이, 사자, 개와 함께 들어간다.
불교에서는 ‘약사경’을 외우는 불교인을 지키는 신장(神將) 진달라의 머리가 닭의 형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신년사에서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다리보살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12 나한 가운데 진달라를 상징한다”며 “진달라는 부정과 불의로 인한 고난으로부터 일체중생을 구제하시는 호법신장”이라고 했다.
나아가 조선 후기 문인 하달홍은 ‘축계설’에서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 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고 했다. 5가지 덕(德)을 겸비했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1597년 정유재란, 1897년 대한제국 설립 등이 정유년에 있었던 주요 사건이다. 새해는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데다 대통령 탄핵심판과 대통령선거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할 것이다. 그럼에도 새벽이 열린다는 희망으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붉은 닭’의 해에 밝은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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