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사태는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채 비선 세력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한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여론에 귀와 눈을 닫는 사이 비선 실세는 권력이 제 것인 양 사익을 챙기기에 바빴다.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청와대 참모진과 각료들은 자리 보전을 위해 비선을 상전 모시듯 했다. 오죽하면 청문회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순실씨의 수행비서 같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겠는가. 권력에 빌붙어 자행되는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시스템은 아예 먹통이었다.
부정부패는 대한민국을 좀먹는 고질병이자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기업의 건전한 투자를 저해해 경제성장의 동력까지 떨어뜨린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는 그런 현상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물론 부정부패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을 시행해 사제간에 오가는 캔커피까지 금지했다. 하지만 3만원짜리 식사까지 규제하느라 온 나라가 법석을 떠는 지난 4년 동안 권력은 철저히 부패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업을 압박해 기부금을 걷고 자기 배를 불리는 탐욕의 악취가 진동했다.
권력형 부패는 국민이 분노의 촛불을 든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칡뿌리처럼 깊이 뻗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형 부패로 국정이 마비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검찰로는 부패 척결이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부정부패와 단절하겠다는 국민적 각성도 요구된다. 온 나라가 부패에 발목이 잡혀 허둥대는 후진적 현상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새해에는 공정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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