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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우리도 큰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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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21:27:21 수정 : 2017-01-02 21: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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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지 말고
한번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해야
내편 네편 가르는 분열의 언어 말고
국민 하나로 묶는 통합의 언어를
지난 열 차례의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한 연인원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를 외치게 한 분노지수로 환산하면 촛불광장에 모인 마음은 5000만개도 넘을 것이다. 그 뜨거운 광장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이끌었다. 그리고 주말 저녁이 되면 거리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두손 모아 빌고 있다.

1000만 촛불이 비추는 민심의 광장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민주주의 축제인 것은 사실이다. 자발적 참여, 평화적 시위문화, 앉은 자리까지 깨끗이 치우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2002년 월드컵 응원문화에 이어 또다시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외신의 찬사, 외국인들의 경이로운 눈빛이 한편으론 불편하다. 그들의 시선엔 호기심, 동정심이 담겨 있다. 그들에겐 수백만명씩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외칠 일이 없을 테니까.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고 정치를 비판하기 전에 나라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테니까. 그래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대규모 시위를 그것도 사소한 멱살잡이도 없이 안전하게 치르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도대체 이 나라는 뭐냐’ 하고 신기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들의 말만 믿고 어깨를 으쓱거릴 필요는 없다. 우리끼리는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밖에다 대놓고 자랑할 것은 못된다.


김기홍 논설위원
우리는 너나없이 정치전문가다. 둘 이상만 모이면 정치 얘기다. 포장마차에서 술 먹다 정치 문제로 시비 끝에 목숨도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막장 국정’ 덕분에 정치 관심도까지 높아졌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모든 국민이 정치박사가 되고 주말마다 가족이 손에 손잡고 촛불을 켜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주말 저녁이 되면 가족은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식당 주인은 생업에 열중해야 한다. 기업은 권력 눈치 보지 않고 경영에 전념하고, 문화는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융성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해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국민은 정치 걱정하지 않고 자기 일에 매달리는 것이 정상이다.

촛불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박근혜정부만 바뀌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많다. 어둠을 밀어낸 촛불이 밝힐 세상은 분명 다를 것이다. 박근혜정부를 대신할 새 정부는 박근혜정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조금 다른 세상, 박근혜정부 같지만 않으면 되는 그저 그런 정부를 보려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제도보다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 놓았어도 법을 지키지 않고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독주를 거듭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10년과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갈등과 반목, 힘겨루기로 점철됐다. 한풀이 보복 정치,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 때문에 국민이 힘들었다. 보수는 진보를 욕하고 진보는 보수를 공격하는 진영 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치는 어떤 핑계를 대도 삼류다. 갈라진 민심을 치유하지 않고, 깊게 파인 불신의 골을 메우지 않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고 주저앉은 국민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 화합과 통합의 민주적 소통 리더십 회복이 절실하다. 국민은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들의 마음은 표밭에 가 있다. 한 나라 안에서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게 ‘여섯 다리 이론’이다. 국민은 정치박사여서 정치인에 관한 한 여섯 다리를 거칠 것도 없이 모두 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한마디하면 열 마디를 들은 것처럼 다 안다고 여긴다. 그러니 정치지도자들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지 말고 한번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하기 바란다. 내편 네편을 가르는 분열의 언어 말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도 큰 꿈을 꿀 수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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