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운 국정농단과 더불어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이다. 정씨 사건에는 우리 사회 일부 계층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갑질 행태가 고스란히 압축돼 있다. 최씨는 돈과 권력을 내세워 딸을 ‘제2의 김연아’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일삼았다. 승마대회 심판 판정과 관련해 정부 고위 관료들의 사표를 받아내고 부당한 방법으로 이화여대에 입학시킨 뒤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는가 하면,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아냈다. 반칙과 편법을 써서라도 자식을 성공시키겠다는 잘못된 모성이 빚은 일탈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야 함함한다지만 최씨의 자식사랑은 유별나다. 최씨가 딸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는 얼마 전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구치소 청문회’에서도 확인됐다. 최씨는 “지금 딸과 박 대통령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에 울면서 “딸이죠”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를 안긴 대통령보다 자기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선 것이다.
어찌 보면 정씨의 철부지 행태도 부모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씨가 2014년 12월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정씨가 승마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고 이화여대에 합격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던 때다. 대학생이 될 나이에 벌써 갑질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는 어김없이 많은 젊은이가 참석했다.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그들을 거리로 이끌고 있다. 그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반칙 없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정씨에 대한 체포와 단죄가 개인 차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금수저’ 갑질 행태를 반성하고 뿌리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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