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성모마리아 대축일’인 1일 전야에 열린 미사를 통해 청년을 위한 메시지를 띄웠다. 스스로 방황의 젊은 시절을 보낸 교황은 새해 첫날 메시지를 통해 청년층을 구제할 것과 특권에 매달리지 말 것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1일 전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소외를 양산하는 특권에 매달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존엄한 일자리와 자유와 창조성과 참여와 연대를 통해 미래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
교황은 “우리는 젊은 부부(요셉과 마리아) 앞에서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베들레헴의 여관주인들처럼 되지 않도록 요청받았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진정한 가능성을 지닐 수 있도록 돕도록 약속하자. 그들은 성장할 능력이 있으며 우리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부가 소수에게 쏠리고 빈곤층은 늘어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젊은이들 등 사회 약자 계층에 대해 “물신의 노예가 되어버린 이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교황은 비폭력의 평화를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성상으로 태어난 인류는 서로에게 선물이라고 상기시켰다.
교황은 “폭력과 테러, 전쟁으로 얼룩져 있는 지금의 상황은 깨어진 세상(A broken world)”이라면서 “지난 세기는 두 차례에 걸친 잔악한 세계 대전으로 초토화되었고 핵전쟁의 위협과 다양한 분쟁을 겪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는 끔찍한 산발적 세계 대전에 휘말리고 있다”고도 했다. 교황은 “폭력과 평화가 대립하는 전쟁터가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면서 “(세계 지도자들은)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 방식’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가정에서 갈등은 힘이 아니라 대화와 존중, 그리고 용서로 극복될 수 있다”면서 가정을 갈등과 미움을 녹이는 용광로라고 칭했다. 가정에서부터 먼저 비폭력의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교황은 “인도의 해방자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에 의해 달성된 (비폭력)성공을 인류는 결코 잊지 않는다”면서 “특히 테레사 수녀는 우리의 아이콘이자 비폭력 지도자”라고 상기했다.
앞서 지난 성탄절 미사에서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 평화와 함께 새로운 협력의 정신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정종휴(암브로시오) 주교황청 신임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에서 발행되는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최근 광화문 촛불 시위 사진과 함께 사건 내막을 특집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교황청 기관지가 특집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교황은 이 기사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지난 한해 동안 교황이 만난 순례자는 395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