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해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로 예고됐다. 우리가 떠맡아야 할 일이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걱정거리가 많다. 정치 과잉 현상이 첫손에 꼽힌다. 우리 정치에서는 정치 과잉이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불러오고 정치 불신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그 결과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정치 논의는 실종되고 극단적인 당파 싸움만 부각된다. 벌써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치열한 정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박완규 수석 논설위원 |
정치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2012년 18대 대선 직전에는 한 후보가 공약을 내놓으면 상대 후보가 유사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책 차별성이 사라졌다.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은 1년도 안 돼 경제민주화·복지 관련 공약을 외면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선거 준비 기간이 짧기에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포퓰리즘 징후에 대해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언론학자 강준만은 ‘증오 상업주의’에서 “공공 영역을 이권 투쟁의 마당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정치적 바람을 타지 않고 시민사회의 상식과 양식으로 움직이는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이게 진정한 개혁이다”라고 했다. 온갖 바람이 불고 있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체코 극작가 출신 정치인 바츨라프 하벨은 ‘불가능의 예술’에서 “정치가 혐오스러운 것은 그런 정치를 하는 자들 때문이지, 정치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사람들이 정치에 이끌리는 이유는 더 나은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며 “가치나 이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정치에 대한 근거 없는 선입관부터 버려야 정치의 본 모습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정치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1000만 촛불 민심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각종 적폐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어나가길 바란다.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정치인의 책무다. 정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정치도 살고 나라도 산다. 새해 벽두에 정치를 돌아본 이유다. 정치권이 비전 없이 권력 쟁탈전에만 몰입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국민 모두가 정치의식을 고양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정치를 지켜볼 때다.
박완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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