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 부진은 완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발표한 ‘경제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전월 1.9%보다 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자동차업계 파업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광공업생산이 4.8% 늘어난 덕분이다. 서비스업 생산 중에서는 도소매업(2.4%)과 금융 및 보험업(7.2%), 부동산 및 임대업(5.4%) 등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투자 부진도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10.2% 증가했다. 10월 -4.2%에서 반등한 것이다. 항목별로는 기계류 투자가 10.9%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감소했던 운송장비 투자도 8.2% 증가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 증가율은 25.9%에 달했다.
4분기 기업 영업이익 상승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251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42조834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1.9% 증가한 수치다. 전망대로 수치가 확정된다면 상장사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내수 부진 심화·부동산 위축 전망
문제는 내수다. 11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2% 늘었지만 전반적인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8월 6.1%까지 상승했으나 9월 0.6%로 추락했고, 10월(2.5%) 증가폭을 키웠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소비는 숙박·음식점업(-3.7%)과 예술·스포츠·여가(-0.1%) 분야에서 부진했다. 여행, 외식 등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였다는 얘기다. 매출액은 증가하지 않으면서 기업 영업이익만 커진 ‘불황형 흑자’ 현상도 이 같은 소비 부진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DI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는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94.2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작을수록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KDI는 “투자 및 생산 관련 지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나 우리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수주 등 선행지표도 부진해 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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