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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더 오래전에 칠순의 백리해가 뜻을 펴기 위해 진나라의 목공을 만났다. “나이가 얼마나 되었소?” “칠십입니다.” “아깝구려. 너무 늙었소.” 백리해가 말했다. “하늘을 나는 새를 잡거나 땅을 달리는 짐승을 얽는 데 쓰신다면 물론 나는 늙었습니다. 그러나 나라 일을 꾀하라고 하신다면 오히려 젊다고 해야 합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시 ‘곡강(曲江)’에서 ‘인생 칠십 고래희(古來稀)’라고 했다. 70세까지 사는 사람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시대에 백리해는 일국의 재상이 돼 종횡무진 국사를 주물렀다.

요즘 한국은 70대나 돼야 행세를 한다. 반기문(73) 전 유엔사무총장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고 했고, 김종인(77) 민주당 의원은 대선 선두주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대놓고 비난하고 있다. 문 전 대표만 해도 1953년생이니 올해 64세, 내년이면 지하철 공짜 세대가 아닌가. 새누리당 서청원(74) 의원과 인명진(71) 비대위원장은 한술 더 뜬다. 에너지가 넘쳐흐르는지 거친 언사로 정치판을 연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 “세 살 먹은 애냐” “정치인보다 더한 거짓말 솜씨” “악성 종양의 핵”…. 인 비대위원장은 네 번이나 징역을 산 운동권 목사, 서 의원은 백전노장의 8선 의원. 둘 다 이 시대의 지도층이다. 그럼에도 둘 다 할말 안 할말 가리지 않고 원기왕성하게 잘들 싸운다.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저자 김형석(97)은 “나도 60이 되기 전까지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고백한다. 노철학자는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 정신의 성장은 75세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이 말대로라면 70대 전성시대가 틀린 말이 아니다.

나이 들수록 시력은 잃어도 심력(마음의 힘, 통찰력)을 키우고, 혀라는 칼을 뭉특하게 간수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용기, 신념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경계선을 넘어 노추라는 소릴 듣게 된다. 한국의 70대 정치인들은 능수능란하다. 하지만 묻게 된다. 과연 지혜로운가.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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