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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터프 가이'에 둘러싸인 한반도… 외교·경제 격랑

입력 : 2017-01-09 18:53:29 수정 : 2017-01-09 23: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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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녀상 빌미로 적반하장 공격 / 북한, 김정은 ICBM카드 본격 휘둘러 / 중국, 사드 배치 철회 요구하며 압박 / 미·러는 ‘자국 우선주의’로 변수 키워 / 한국, 사령탑 부재로 탈출구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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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터프 가이’(tough guy)에 둘러싸인 한국의 외교안보가 위기에 직면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보복 조치에 이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협하고 나섰다. 여기에 자국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도 한국의 외교안보 행보에 중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트럼프 당선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외 강경책이 박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라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없는 대한민국을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일본은 소녀상을 빌미로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식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주부산 총영사는 이날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귀국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을 새로 설치하는 사태는 극히 유감”이라고 비난하는 등 일본은 한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자합숙소 둘러보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정숙평양제사공장을 시찰하며 새로 건설된 노동자합숙소를 둘러보는 사진을 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뽑아든 ICBM 카드를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전날(8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대륙간 탄도 로켓은 우리의 최고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외교가는 20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인 3월 초 한·미연합군사훈련(키리졸브)이 시작하기 전인 2월 중에 D-데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사드와 관련한 대한(對韓)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6일 새해 중국 외교의 5대 키워드로 트럼프, 거버넌스(협치), 이웃, 19대(중국공산당 19차 대회) 등을 선정했다. 이 중 이웃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드, 남중국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트럼프 신정부에서 예상되는 미국의 아메리카퍼스트, 보호무역주의도 ‘열린 경제’의 한국에는 불안 요소다. 박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에 따라 남·북·러 협력 사업이 무산되면서 불만을 품고 있는 러시아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미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상단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하단 왼쪽부터)
우리는 외교안보적 위기에서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 사태의 당사자이고, 박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안보실 1차장,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안총기 2차관 등 외교안보부처 수뇌부가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신정부와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으나 미국의 정권 교체기 한·미 공조가 제대로 작동될지에 대한 의문도 작지 않다. 북한이 다음달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조치에 나설 경우 우리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유동적인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맞물려 혼선이 야기될 여지도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중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 우리 외교 공간이 축소될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과거처럼 친미냐 친중이냐, 사드 반대냐 사드 찬성이냐는 식으로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난국을 헤쳐나아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관리하고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변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대응하는 신중한 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막연하게 주변국 이익에 관습적으로 동의하는 외교안보 행태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전략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중·박수찬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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