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이미 검증대에 올랐다. 동생의 뇌물 혐의 의혹, 23만달러 수수 의혹, 신천지 연루설, 동성애 옹호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반 전 총장 귀국을 하루 앞두고 그의 동생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에게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가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인 상황에서, 반 전 총장도 친인척·측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 조기 대선에 돌입한 정치권은 반 전 총장 귀국으로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그는 귀국 직후 ‘국민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한목소리를 못 내는 참모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위 외교관 출신 인사와 이명박(MB)정부 고위 인사가 주축이 된 참모 그룹이 백가쟁명식 경쟁을 벌이면서 혼선을 빚은 게 여러 번이다. 반 전 총장의 실무를 맡은 외교관들, 정책과 정무를 맡은 MB정부의 참모와 전직 의원들, 홍보를 맡은 언론인 등이 대선 캠프를 구성할 주요 집단으로 분류된다. 한 측근은 “외교관 그룹 내에서도 일부 인사 간 반목이 심하고, 이미지가 좋지 않은 MB 인사의 캠프 참여를 놓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며 “일사불란한 캠프 구성을 위해 외교관과 MB 인사 배제론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참신한 새 인물 수혈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캠프 내부 인식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왼쪽)이 11일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첫 언론 브리핑을 갖고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후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그러나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정치적 연대보단 독자 행보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 주도의 제3지대 통합을 위해서는 당장 어느 당에 합류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에 들어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 전 총장 측 핵심인사는 “2012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같이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삼아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2위인 반 전 총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서 바른정당 등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에선 새누리당이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를 출당시키는 인적청산에 성공할 경우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한 여당과의 연합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 전 총장 측은 “대선 정국에선 지역적 기반이 확실한 새누리당과의 연대가 검증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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