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영인파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남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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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는 당초 A4 용지 두 장 분량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두 배 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내용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외교관 출신인 반 전 총장이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는데 직접적인 표현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반 전 총장은 결연한 각오를 내비치려는 듯 “총체적인 난관”, “권력 의지”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기자회견문에서 그는 ‘의지’라는 표현을 총 9번 사용했다.
그의 기자회견 발언 중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현한 부분이다. “‘실패한 나라’를 지켜보니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을 손수 보고 느꼈다”고 언급한 대목은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과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고 말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다.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 하나가 되었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라며 지난해 말의 ‘촛불시위’를 긍정평가했다. 그는 공항철도로 이동하던 도중에도 촛불시위를 긍정적 평가하는 발언을 내놨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 주류세력인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과 각을 세웠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친박과 친문 모두 ‘패권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이들을 극복·비판 대상으로 규정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무르며 자신이 중심이 되는 정계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반 전 총장이 친박·친문계를 비판한 만큼, 반 전 총장이 연대를 모색할 정계개편 대상은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계로 좁혀진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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