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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대선 정국에 박근혜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을 쟁점화하면서 대내외적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소녀상 설치에 대한 중국·일본의 보복 조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주자들의 정략적 접근은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 전 대표는 연일 사드 배치 재검토론을 펴고 있다. 한·미 정부 간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미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2일 사드 배치를 재확인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에 대해 “사드를 배치한다 해도 중국을 설득해서 경제 통상 보복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인데 (김 실장이) 거꾸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도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13일 “사드 배치는 다음 정권으로 넘기라는 게 보편적인 여론”이라고 가세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에 위로금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고 그럴 거라면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의 용단을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 소녀상 문제를 빌미로 외교적 압박을 펴는 일본 정부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감안한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우리 정부는 10억엔 속에 사죄와 배상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본은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지 않나. 그러면 제대로 된 합의가 없는 것”이라며 재협상론을 고수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몰아세우며 공방이 벌어졌다. 중, 일 보복 조치에 초당적인 대처는커녕 정파적 득실만 내세운 탓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조기 대선과 같은 비정상적인 시점에 위안부 합의와 같은 외교 사안이 이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리당략 차원에서 문제를 삼을 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 진지하게 점검·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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