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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헬조선을 헤븐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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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7 01:20:37 수정 : 2017-01-17 01: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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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시련에 내몰린 국운, 대권 도전한 반기문 책임 막중 / 유엔에서 익히고 실천한 품격있는 글로벌 정치 선봬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금의환향과 더불어 한국의 정치상황은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주말 고향 충주를 방문하고 대선의지를 다졌다. 유엔 살림을 10년간 지휘해온 반 전 총장의 귀국은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가의 품격이 추락한 뒤라 한국 정치의 국제적 품격제고를 위한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한국의 혼란은 과거 잘못된 관행과 국가시스템 미비로 인한 사건·사고의 측면이 강하며, 그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적 반성과 주인정신의 앙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의 한국 탄핵사태를 보는 시각은 다른 측면이 있다. ‘국정농단’과 ‘인민재판’이 그것이다. 한국이 지금 가장 위험한 이유는 지식 권력 엘리트 집단이 집단이기로 당쟁을 하고 있고, 중산층은 나날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4색 당파싸움을 한 지는 오래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야당)독재를 예고했고, 결국 정부는 무력화됐고, 설상가상으로 최순실 사태는 현 정권의 내홍이 되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의 혼란과 시위와 선동과 과장보도는 자제돼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기면 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과에 승복하고 사회적 안정과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이념전쟁, 권력전쟁, 언론재판은 국익에 해가 될 뿐이다.

모처럼 고향으로 돌아온 손님과 같은 반 전 총장의 등장을 계기로 한국도 한 단계 높은 국제적 수준의 시선과 시야를 넓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올해 대선전도 만약 상대후보의 매도와 날조와 음모로 점철된다면 국가의 품격 제고는 물론이고, 제4차 산업국으로의 도약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이 여당과 야당의 견제와 균형이 아닌, 체제와 반체제의 양상을 계속한다면 국민 생사의 문제가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른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 국제정세는 미·중·일·러(美中日露)의 강성지도자들로 둘러싸여 있다.

‘헬(hell) 조선’이라는 말이 청소년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떠돌았고, 자기비하적·냉소적 미래전망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정말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국민소득 2만5000달러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지옥이라는 것은 어딘가 악의가 느껴진다. 왜 하필 ‘헬 조선’인가. 조선은 북조선이 잘 쓰는 말이고, 우리는 한국이다. 현재 최빈국의 대열에 있으며, 유엔에 의해 인권결의안 국가가 된 북한의 지옥을 남한에 누군가가 투사한 것이 아닐까.

국내의 민중적 시각은 한국을 비하하는 데 익숙한데 외국인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 장기 체류한 적이 있는 영국의 한 학자는 한국의 긍정적 미래를 20개 이상 나열하며 밝은 전망을 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정보화시대의 쌀로 통하는 반도체 강국과 인터넷 강국, 문맹률 제로, 사회적 역동성을 들고 있다. 그것은 ‘헤븐(heaven) 한국’이다. 조선조를 망하게 한 사대적 문(文)의 전통은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화를 거쳤어도 못된 위선적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사대적 문민의 자기위선과 과대망상, 노예근성과 포퓰리즘은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다.

지금 남북한의 사건들은 긴밀한 상호 관련성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남북한은 지금 누가 먼저 항복하느냐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과 유엔의 북한 경제 제재, 남한의 탄핵 정국, 부산 일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그리고 미·중(美中) 신냉전체제 구축의 여파로 인한 중국의 사드보복 경제조치와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은 한반도가 주변 강국들의 회오리의 한복판에 있음을 알려준다. 국력이 없으면 결국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나라의 몸통(주체)이 없다. 몸통이 없이 날개(좌우익)만 있다면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나라를 잃는 일이 또다시 올지도 모른다. 국제사회는 철저히 국익위주의 세력균형의 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권에 들어온 대선을 맞이하는 반 전 총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국제적 안목과 지평으로 대선을 한 단계 승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민을 선도해야 한다. 그동안 유엔에서 배우고, 익히고, 느끼고 실천한 국제적 매너를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가 비록 축제는 아닐지라도 선거전쟁으로 변모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하는 아수라장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질투와 저주의 흑주술이 판을 치고 있다. 남에 대한 아량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고, 모든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물론 고도성장의 후유증에 따른 배금사상과 물신숭배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장벽 앞에서 창의성 부족으로 역사적 후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회상은 현재의 새로운 역사전개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지만 간혹 현재를 과거의 제물이 되게 하는 결함을 가지고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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