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특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특검이 확보한 안 전 수석 업무수첩 2015년 12월27일자에는 박근혜 대통령(VIP) 지시사항으로 “이재현 회장 도울 일 생길 수 있음”이라는 메모가 적혔다. 이어 “재상고→기각→형집행정지신청 (재수감 검찰 결정)”이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재상고가 기각되더라도 청와대가 형집행정지 결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시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이 구속 수감 중인 이 회장을 ‘도울 길’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은 이 메모보다 조금 앞선 2015년 12월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건강 악화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다. 박 대통령의 ‘도울 길’은 실제로는 특별사면이라는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졌다.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곧바로 재상고했지만 이듬해 7월 19일 돌연 재상고를 취하한다.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2016년 8월 15일 특별사면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CJ가 청와대로부터 사면을 미리 언질 받고 마지막 법원 판단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손경식 CJ 회장이 박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11월 27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의 첫 독대에서 손 회장은 이 회장의 건강악화 문제를 얘기했고 박 대통령은 “건강이 안 좋아 어떡하냐”고 염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015년 1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러 온 박 대통령을 안내하며 이 회장 건강 문제를 다시 상기시켰고, 그다음 달 열린 문화창조융합센터 개소식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사면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 5월과 6월에도 박 대통령을 만난 행사 자리에서 선처를 요청했다. CJ는 2014년 7월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이후 박근혜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를 본격화했다는 의혹을 사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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