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에게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건의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의혹이 많으니 언론을 통해 윤곽이 드러난 ‘비선실세’의 실체를 일부만이라도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의 임원진이 재단 설립 전부터 대부분 내정 사실을 알고 있어 ‘비선실세’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 전 알려준 대로 인사 내정자에게 (인사 사실을 알리려) 개별 연락을 했는데 대부분 내정을 알고 있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개별 연락했던 인사 내정자로는 미르재단 김형수 이사장, 장순각 이사, 이한선 이사 등과 K스포츠재단 김필승 초대 사무총장, 정현식 감사 등이 거론됐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정호성(49·〃)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비선실세가 있는 것 아니냐. 요즘도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를 만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정 비서관은 ‘안 만난다. (비선실세는)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 중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SK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증언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SK의 면세점도 챙기라고 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SK측은 “2015년 당시 SK경영진은 최 회장이 2년7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수형생활로 그룹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경영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각계각층에 호소했었고 재계에서도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안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최 회장 사면 요청을 전달한 것은 경제수석으로서 시중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 회장 사면의 대가성 의혹을 일축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그는 “박 대통령이 2015년 1월 초순쯤 ‘유능한 인재가 있으니 살펴봐주고 무리하지는 말라’며 이동수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해 추천하라고 했다”면서 “황 회장에게 ‘윗선(대통령)의 관심사인데 채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2015년 7월쯤 ‘신혜성이라는 사람을 이동수씨 밑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KT는 청와대 요청대로 이씨를 2015년 2월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신씨를 2015년12월 KT IMC본부 지원담당으로 채용했다. 이씨 등은 KT가 차씨 측 광고회사에 광고를 주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최씨의 딸(정유라)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흡착제 제조사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와 납품 계약을 맺도록 한 것도 박 대통령이 추천해 그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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