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출산’ 외치기에 앞서 아이 키울 환경부터 만들라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7-01-21 00:17:25 수정 : 2017-01-21 00:17: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기도 여주시 한 보육원에서 자행된 아동학대의 실상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청소용 바가지에 오줌을 싼 어린이에게 오줌을 마시게 하고 빨래를 하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신던 양말을 입에 물렸다. 입안에 바늘을 집어넣거나 가죽벨트로 때리고 주삿바늘로 찌르는 등 온갖 악행이 저질러졌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10년간이나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피해 아동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까지 했을까.

2015년 12월 인천 초등학생 감금·학대 사건, 지난해 3월 평택 ‘원영이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다.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을 만들겠다면서 사회관계장관회의까지 열어 대대적인 단속과 대책을 발표한 게 지난해 3월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관리감독 기관인 여주시의 지도점검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제보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의 신음이 언제까지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집단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국가와 사회의 책무다. 하지만 아이들의 정신을 멍들게 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어린이집·유치원·놀이방 1만4053곳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진단을 했더니 2459곳에서 납과 수은,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 결핍이나 두통, 구토, 인식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 환경에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 지난해 말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2006년부터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쏟아부은 돈만 80조원에 이른다. 그렇게 하고서도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2명에서 2015년 1.24명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출산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곰곰 돌아볼 일이다.

정부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보육 환경부터 제대로 갖춰 놓는 게 먼저다. 아동학대로 아이들이 신음하는 풍토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낳겠는가. 아이를 안심하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아이 울음소리는 자연히 커질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