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측근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에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발부됐다는 소식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특별검사의 이번 수사가 대통령을 직접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 “코멘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평소 신임이 두터운 이들이 한꺼번에 구속된 데 대해 충격과 더불어 비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특검 사수의 칼끝이 대통령을 정조준한 만큼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일부 언론이 두 사람의 구속영장에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보도함에 따라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무관하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단과 신년인사회 형식의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 전혀 모르는 일이다. 전혀 그것을 알지 못한다”라고 적극 부인한 바 있다.
청와대는 특검의 다음 타깃으로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내다보고 법률적 대응에 분주하다. 내달 초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방침임을 밝힌 특검이 설 전후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핵심 참모들과 만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22일쯤 기자회견 또는 간담회를 열어 제기된 의혹들을 추가 해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수사에 적극 응하기보다 ‘장외 여론전’에 몰두한다는 국민적인 비판과 야당과 특검 등의 반발을 염려해 설 연휴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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