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원색적이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 같은 기자회견이었다”며 독설을 쏟아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회 탄핵 가결로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그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까지 했다. 정의당 역시 “애초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권한대행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부터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국민 통합을 외치는 황 대행을 겨냥해 삿대질을 해대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정치권은 국가의 안위가 걸린 안보까지 시비를 일삼았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대통령이 직무정지됐는데 대통령 참모인 안보보좌관이 대외적 활동을 하는 것은 탄핵제도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참모와 한반도 안보 문제를 협의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 실장의 행동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노골화되는 안보 현실에 비춰 정당한 직무수행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정부 활동만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정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이 비어 있을 정도로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정권 교체기에 일손을 놓은 공무원들이 부지기수라는 소리도 들린다. 황 대행이 직무정지된 대통령을 대신해 부지런히 챙겨도 어려울 판국에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국정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정 혼란의 사태에선 정부 못지않게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선주자라면 현재의 위기에 힘을 보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급선무가 당면한 안보 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다.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야당이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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