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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컨벤션 효과 사라진 반기문, ‘반반’ 고언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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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00:52:18 수정 : 2017-01-24 00: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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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바람’이 벌써 잦아들고 있다고 한다. 반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치교체를 내걸고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여론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율은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진 19.8%였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작년 12월 1주차(18.8%) 이후 처음으로 20%선이 무너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는 9.3%포인트로 벌어졌다. 6자 가상대결에선 반 전 총장 지지율(19%)은 문 전 대표(39.2%)의 절반에 불과했다. 귀국 직후 반짝하던 ‘컨벤션 효과’가 열흘 만에 사그라지고 있는 셈이다.

반 전 총장은 보수와 진보의 상징성이 강한 천안함 추모시설, 진도 팽목항, 광주 5·18 민주묘지, 대구 서문시장 등을 찾았다. 그는 “대통합 차원”이라고 설명했으나 국민 상당수는 “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좌우 틈새에서 줄타기하는 인상이 강해 ‘반반 화법’이 회자됐다. 그는 어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과 만나서도 “새누리당 안 간다는 얘기도, 바른정당 간다는 얘기도 한 적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이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한 데 대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뜨거운 얼음’ 같은 얘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은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치는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그런 공감과 소통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관한 질문 공세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한 게 일례다. 기자들을 겨냥해 “나쁜 놈들”이라고 막말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자신이 강조한 정치교체와 다소 거리가 먼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반 전 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 좌표로 ‘제3지대’를 제시하며 임기 단축과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 개편 구상을 내비쳤다. 하지만 구체안을 놓고는 “협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반 전 총장은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한 비전과 콘텐츠를 제시해야 한다. 안보·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해법을 내놓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모호한 반반 화법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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