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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SW가 SW를 만드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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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5 21:02:20 수정 : 2017-02-03 16: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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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AI, 자력으로 프로그램 개발 / 이성·감성 조화 이뤄 기술 발전해야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이제 인공지능(AI) 기술이 신의 영역을 넘보려 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가 등장한 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보아도 여전히 장면구성, 스토리, 연기 등 어느 면에서도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명작이다. 자의식을 가진 AI 시스템 ‘스카이넷’이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한다. 로봇과 무기를 만든다. 현대 AI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사고와 창조 능력을 겸비한 ‘스카이넷’과 궤를 같이한다.

AI 기술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사람’, ‘데이터’, ‘기계’이다. 감정인식 프로그램을 예로 들자. 감정인식 프로그램은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상태를 추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역할은 AI 프로그램 개발이다. AI 전문가는 감정인식에 적합한 AI 학습기법을 설계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학습단계의 개수, 각 단계별 학습인자의 개수 등을 결정한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데이터와 기계가 필요하다. 컴퓨터가 여기서의 기계에 해당한다. 컴퓨터에 표정과 감정 정보가 담긴 사진을 입력한다. AI 프로그램은 다양한 표정으로부터 각 감정상태의 공통점을 추출한다. ‘학습’까지 마치면 끝이다. 감정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AI 비서가 주인의 기분에 맞춰 거실 조명의 조도를 조절하고, 서재의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적절한 음악을 선곡해 플레이한다. 표정뿐만 아니라 음성으로부터 감정을 파악하는 프로그램도 개발이 가능하다. 애교만점, 눈치 삼단의 AI 아내, AI 비서가 나올 판이다.

최근 구글, MIT 미디어랩, 미국 버클리대학, 캐나다의 몬트리올대학 등 AI 연구의 선두 그룹은 놀라운 화두로 새해를 열고 있다. AI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슈퍼 AI 프로그램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소식이 왠지 반갑지만은 않다. 슈퍼 AI,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이다. AI는 ‘학습’능력이 있다. 이제까지 AI에서, 공부하는 법은 여전히 사람이 알려줘 왔다. 수학, 물리, 국사 등 과목에 적합한 공부법을 사람이 알려주었다. 슈퍼 AI는 공부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유태인 경전 탈무드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고 말하고 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깨치는 ‘슈퍼 AI’시대의 서막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MIT 미디어랩의 굽타 박사팀의 슈퍼 AI 소프트웨어는 물체인식 전문가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동일한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구글의 AI팀이 개발한 슈퍼 AI 시스템은 전문가가 개발한 음성인식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인식률을 가진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의 샌타클래라에서 ‘AI 학회’가 개최됐다. 구글의 AI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제프딘 선임연구원은 이 행사에서 슈퍼 AI 프로그램이 AI 연구자들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AI 기술이 AI 전문가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학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어느 만우절 날, “AI 프로그램이 이메일을 썼다”라는 가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2009년으로 기억한다. 현재 구글의 ‘인박스’(inbox)라는 메일 프로그램은 전체 답장 중 약 10%는 AI 엔진이 작성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소프트웨어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완벽히 실현될 것이다. 끝없는 기술의 혁신에 경외감이 든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기술개발에의 열정이 혹시나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인간의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기술발전을 현명하게 인도할 것으로 믿는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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