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특검의 수사 과정에 불만을 품을 수는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피해자처럼 행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 국민은 최씨의 전횡으로 국정이 유린됐다는 사실에 공분하고 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사람이건,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 사람이건 국가 정책이 비선실세에 농락당한 점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고 국정이 마비되면서 엄청난 진통을 겪는 중이다. 그런 국민을 향해 가슴 깊이 사죄하기는커녕 억울하다고 되레 소리치는 것은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장막 뒤에서 비민주적 갑질을 일삼은 최씨가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행태는 자가당착이나 진배없다. 그는 민주주의를 들먹일 자격이 없다.
최씨는 자신의 전횡으로 처벌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그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입학·학사 특혜와 관련해 구속된 이화여대 교수만 4명이다. 문화융성을 외치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현직 장관의 구속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기업인들도 정씨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특검에 불려다니는 신세다. 최씨가 억울하다면 이들은 아마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최씨는 온 나라를 뒤흔드는 사건을 저지르고도 진실 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그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끝내 나오지 않았다. 특위 위원들이 하는 수 없이 구치소를 찾아 비공개로 면담을 했을 정도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도 국회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민을 향해 고성을 지르기 전에 자신의 언행부터 돌아볼 일이다. 그런 ‘안하무인’ 최씨에게 한 나라가 흔들렸다니 딱하고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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