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임기는 6일 뒤인 31일 만료합니다. 재판장인 저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변론 절차입니다. 그럼에도 후임자 임명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은 박한철(64) 헌법재판소장의 무거운 언급으로 시작됐다. 오는 31일 6년 임기가 끝나는 그가 대심판정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주재한 심판 절차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를 떠난 3번째 헌재소장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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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년10개월의 역대 최단명 헌재소장
28일 헌재에 따르면 박 헌재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2월1일 재판관으로 취임해 2년2개월간 재직하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4월12일 헌재소장에 취임했다. 헌재소장으로 근무한 기간은 3년10개월에 불과해 초대 조규광, 2대 김용준, 3대 윤영철, 4대 이강국 등 역대 헌재소장이 모두 6년 임기를 꽉 채운 것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는 현행 헌법이 헌재소장 임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생겨난 문제다. 4대 이강국 헌재소장까지는 재판관으로 임명됨과 동시에 헌재소장에 취임해 자연히 재판관 임기 6년 전체를 고스란히 헌재소장 임기로 보장받았다. 반면 박 헌재소장은 헌재 역사상 처음으로 재판관으로 근무하다 헌재소장으로 ‘승진’했다. 이 경우 재판관 전체 임기 6년에서 이미 재판관으로 근무한 기간을 뺀 만큼만 헌재소장 임기로 봐야 한다는 게 현행 헌법 해석의 다수설이다.
헌재는 2006년 윤영철 헌재소장이 물러나고 후임자로 지명된 전효숙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함에 따라 한동안 공백 상태에 놓였다. 2013년에도 이강국 헌재소장이 퇴임하고 후임자로 내정된 이동흡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못 넘고 낙마하면서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박 헌재소장은 “앞으로는 헌재소장 또는 재판관 공석이라는 헌법적 비상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헌법 개정과 입법적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6년간 헌법·국민·역사를 거울 삼아 판단”
박 헌재소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1년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한 뒤 검사로 임용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찰청 공안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2010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그해 연말 행정부 몫 헌법재판관에 지명됐다.
그는 재판관으로 2년 넘게 재직하고 헌재소장에 임명됐는데 현직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승진한 것도, 검사 출신이 헌재소장에 오른 것도 모두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법조계 안팎에는 전임자인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그를 헌재소장 적임자로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립대는 그가 헌재소장으로 재직하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하고 AACC 주도 등 국제적 활동으로 국위선양에 앞장선 점을 기려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박 헌재소장은 “취임 당시 헌재 구성원 모두에게 ‘헌법’, ‘국민’, ‘역사’라는 3가지 거울을 강조했다”며 “이 3가지 거울을 항상 가슴에 지니고 오로지 헌법을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애쓰고, 또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부끄러움 없는 헌재가 되자고 다짐했다”고 지난 6년을 회상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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