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6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월2일 서울에서 매티스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2월2∼3일 한국을 방문하는 데 이어 3∼4일 일본을 방문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매티스 장관의 한·일 순방과 관련해 “이번 방문은 일본 및 한국과의 지속적인 동맹 책임을 강조하고 미국과 일본, 한국 간 안보협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장관이 첫 해외 방문지로 동아시아를, 그중에서도 한국을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국방장관은 그동안 대체로 중동 지역을 취임 후 첫 출장지로 택하고, 아시아에 오더라도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는 게 관례였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 신행정부가 평가하는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 굳건한 한·미동맹,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공약 이행 의지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출범 직후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는 것은 대중(對中) 견제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맞물려 유동적인 한국의 상황을 감안한 미국 신행정부가 매티스 장관의 방문을 통해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체제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중국을 겨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동시에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포석도 깔려 있어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동맹 약화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도 있다. 매티스 장관의 한·일 방문은 정권을 초월해 아시아 동맹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해병대 대장 출신인 매티스 장관은 개인적으로 동맹의 가치를 신봉하는 확고한 동맹강화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처럼 양국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