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관(왼쪽)과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헌법재판소는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열어 김규현(64)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했다.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으로 청와대 상황실을 책임지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김이수(64) 재판관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문이 모두 끝난 뒤 직접 김 수석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김 재판관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긴박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냐”고 묻자 김 수석은 “오전에 이게 국가적 재난상황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관저에 있던 박 대통령에게 바로 대면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가적 재난상황’이란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상황이 급박해진 오전 10시30분 이후에는 관저에 가서 대통령께 직접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 재판관의 질문에 김 수석은 “그때 대통령이 온다고 해도 청와대 상황실에서 다른 지시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오전 10시30분 해경 특공대 투입 지시 후 다른 게 없다가 ‘구조가 이렇게 잘못됐느냐’고 질책하며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타난 것이 딱 대통령이 한 것의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재판관은 “그 점에서 헌법 위반, 법률 위반 문제는 차치하고 그것에 대해 국가안보실에서 직원을 문책한 적이 있느냐”고 캐물었다. 김 수석은 “그 당시 국가안보실에서 상황이 정확히 파악이 안됐다”며 “만약 (심각성을) 인식했다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텐데, 보고서를 보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문책과 관련해선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김장수(69) 현 주중국 대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면직된 게 전부라고 김 수석은 덧붙였다.
김 재판관은 참사가 일어난 날이 평일 오전 9시 이후인데도 박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고 있었던 점도 지적했다. 그는 “통상 공무원들이 오전 9시에 출근하니까 대통령이 9시에 본관 집무실로 출근을 했다고 보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으면 사태의 심각성을 좀 더 신속히 파악해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상식적 발언이다. 이에 김 수석은 “대통령이 일하는 데 장소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관저 집무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재판관은 ‘8인 체제’의 헌재에서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55) 재판관 다음으로 서열이 높다. 법원에서 고등법원장급인 사법연수원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추천으로 ‘국회 몫’ 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2014년 옛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혼자 반대의견을 내 가장 진보적인 재판관으로 꼽힌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김 수석과는 1953년생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김민순·김태훈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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