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압수수색 시도는 박충근·양재식 특검보와 파견검사, 수사관 등 20여명이 오전 10시 청와대 민원실에 도착해 영장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특검팀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발부받은 영장은 비서실장실, 민정·정무·경제수석실, 의무동, 경호실 등 10곳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보관한 곳은 소속 기관장의 허락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냈다. 한 비서실장과 박 경호실장이 나란히 사유서에 서명했다. 5시간가량 청와대 직원들과 대치한 특검팀은 오후 3시쯤 결국 철수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는 점을 감안해 대상을 최소화했음에도 불승인한 점에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청와대를 강력히 성토했다.
5시간 만에 철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던 특검 관계자들이 청와대 측의 완강한 반대로 압수수색에 실패한 뒤 차량을 이용해 철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청와대가 법령에 따라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만약 황 권한대행마저 압수수색 승인 요구를 거부하면 특검팀이 청와대 경내에 들어가 강제로 하는 압수수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검찰이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 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똑같은 이유로 거부를 당한 뒤 임의제출 형식으로 청와대가 내준 자료만 들고 왔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검팀 역시 압수수색 불발로 임의제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이 같은 압수수색 거부가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려면 과연 국가의 중대 이익을 해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을 생략했다”고 꼬집었다. 특검팀은 한 비서실장과 박 경호실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영장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를 총망라했다. 압수수색 불발에도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예정대로 오는 9, 10일 중 진행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태훈·박세준·권지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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