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009억원어치 순매도를 나타냈다. 코스피가 상승 마감한 이날도 외국인은 10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2월 1조551억원, 지난달 1조6378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2월 중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주의 성향의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과 4월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당 120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40∼1150원대로 내려오면서 외국인의 차익 실현을 부추겼다.
실제로 반이민정책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외국인은 3024억원을 순매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3조달러 붕괴 소식이 전해지고 환율조작국 지정 등 4월 위기설이 번진 지난 8일에는 2426억원어치를 팔고 떠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낮은 강도의 외국인 ‘셀코리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 및 환율 변동성이 완화돼야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3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방향을 제시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중국 양회, 4월 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 발표, 5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적으로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및 조기 대선 등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수급은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분간 외국인 수급환경이 좋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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