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학·졸업·새 학기 선물 '대목'을 맞은 백화점, 온라인쇼핑사이트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 초고가 용품들은 경기 불황에도 호황을 누려 계층별 위화감을 높이고 있다.
◇ 97만원짜리 도시락 가방들고 200만원짜리 외투 입어
구찌 키즈의 책가방(백팩)은 112만 원, 도시락 가방(런치백)은 97만5000 원이지만 백화점 관계자는 "가방의 경우 희소성이 있어 해마다 신학기 시즌 매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 옷 값도 입이 벌어질 만큼 비싸다.
버버리 칠드런의 인기 상품은 72만 원짜리 더플코트. 새 학기를 앞두고 매장을 찾는 고객의 40% 이상이 이 코트를 구매한다는 게 롯데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르마니 주니어 '블랙 라인'의 경우 원피스가 72만8000 원, 티셔츠가 18만8000 원 가량으로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30~40% 비싸지만 가장 먼저 동난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의 아동 판인 '몽클레르 앙팡' 겨울 외투도 200만원이 넘지만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릿 수 이상 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70만~100만 원대 몽클레르 앙팡 점퍼, 버버리 칠드런의 30만 원대 퀼팅점퍼, 아르마니 주니어의 50만 원대 재킷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일본 책가방 '란도셀'은 베스트셀러
지난 2015년 '아동용품 사치', '금수저 자녀' 논란을 촉발한 일본 초등학생용 책가방 '란도셀'도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올해에도 각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란도셀 책가방이 신학기 인기 선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70만 원대 란도셀 '프리미엄' 책가방이 인기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가죽소재의 일본 키즈아미 란도셀이 45만 원, 합성수지로 만든 제품이 38만 원이지만 인기가 많다.
명품이나 패션 브랜드보다는 저렴하지만, 스포츠 브랜드의 책가방 세트도 보통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아디다스, 휠라, 뉴발란스, MLB 등 아동 스포츠 브랜드에서 가방과 신주머니가 합쳐진 책가방 세트는 15만 원대가 일반적이다.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도 10만 원이 넘는 아동용 고가 선물이 갈수록 잘 팔리고 있다.
G마켓에서는 한샘·일룸 등 가구 브랜드의 높이조절책상이 인기인데, 가격대가 10만~50만 원대에 이른다. 의자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시디즈' 의자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
이 밖에도 빈폴 키즈의 의류·책가방(10만 원대), 블루독 구스다운(20만 원대), 란도셀 책가방(10만~30만 원대), 버버리 키즈 의류·신발(10만~50만 원대) 등도 신학기 선물 매출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에잇 포켓, 텐 포켓이 구매 주도
이러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 증가세는 이른바 '에잇포켓'층이 주도하고 있다.
'에잇포켓'이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까지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에는 주변 지인까지 더해 '텐 포켓'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에잇 포켓' 현상이 아동용품의 고급화를 이끌며 신학기 준비 비용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겨냥한 업체 마케팅과 맞물려 프리미엄 아동용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계층감 위화감, 차별화 현상을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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