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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밭 적신 소녀들의 피눈물

입력 : 2017-02-14 21:09:50 수정 : 2017-02-14 2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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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다룬 영화 ‘눈길’ 내달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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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눈길(사진)’이 다음달 1일 개봉한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적 삶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린다.

1944년 일제 말. 집이 가난해 학교도 못 가는 종분은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부잣집 딸 영애가 부럽기만하다. 종분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 영애를 부러워하며 어머니에게 자신도 유학을 보내 달라고 떼를 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과 있던 종분은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낯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일본으로 떠난 줄 알았던 영애도 같은 열차 칸에 내동댕이쳐진다. 두 사람은 만주의 한 일본군 부대에 도착한다. 이들은 그곳에서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열다섯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일제의 손에 끌려가 짓밟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나 이들이 겪은 성적인 폭력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대신 소녀들이 온몸으로 표현하는 공포와 절망감, 하얀 눈 위에 흘린 핏자국으로 이들이 당했을 고통의 크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할머니가 된 종분(김영옥)의 일상과 과거 회상 장면을 교차해 보여준다. 종분은 지옥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왔지만, 그가 마주한 세상은 또 다른 생지옥이다. 반겨주는 가족은 없고, 과거의 기억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근근이 살아가는 종분은 자신처럼 처지가 딱한 이웃집 여고생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던 일이라며 스스로 속이며 견뎌낸 세월”이라고 털어놓는다.

‘눈길’은 2015년 삼일절을 맞아 KBS1에서 동명의 2부작 드라마로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방영 당시 ‘수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재방송 요청이 이어진 화제작이다.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전에 먼저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눈길’은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금계백화장(24회)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김새론), 제67회 이탈리아상에서 대상인 프리 이탈리아상을 수상했다.
제작진은 드라마 촬영 때 처음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영화 스태프들을 참여시켜 극장용 버전으로 별도 제작했다.

이나정 감독은 13일 열린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촬영 당시 배우들이 미성년자여서 성적인 폭력과 관련된 장면을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생존하는 상황에서 그런 장면을 영화적 볼거리로 표현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것 같아 자제했다”고 말했다. 촬영 당시 김향기와 김새론은 열다섯 살이었다.

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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