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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정보 기관 내 오바마 추종 세력
오바마 쿠데타 기도설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시아 간 ‘내통’ 사건이 발원지이다. 트럼프 정부의 명실상부한 외교·안보 사령탑이었던 플린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세르게이 키스략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워싱턴 포스트(WP) 가 폭로했다. 플린과 키스략 대사 간 통화 내용이 도청됐고, 그 대화록이 WP에 흘러들어갔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캠프의 선대위원장 폴 매나포트 등 참모들이 러시아 정보 기관과 서로 정보 교환을 했다고 특종 기사를 게재했다.
누가 의도적으로 이 같은 비밀 정보를 언론사에 유출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정보 유출자들이 바로 오바마 추종 세력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오바마가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와 결탁한 ‘반역자’로 몰아 탄핵하거나 하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오바마 쿠데타 모의설’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언론에 비밀 정보를 유출하고 있는 정보 기관 요원이나 주요 부처 공무원이 오바마와 ‘공모’했다는 것은 완전 거짓이다. 정보 유출 동기가 오바마 추종인지, 아니면 트럼프에 대한 반감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오바마와 싸우는 트럼프
트럼프는 사사건건 오바마와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언행이나 업무 추진 스타일, 보좌진 구성, 정치적 아젠다, 지지율 추이 등 비교되지 않는 게 없을 정도이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성품이나 정치 철학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
미국의 폭스뉴스, 워싱턴 타임스 등 보수 성향의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미국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 특히 트럼프를 오바마와 비교함으로써 트럼프의 약점이나 허점, 문제점 등을 부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가 “언론은 미국인의 적”이라고 단언했다. 뉴욕 타임스와 MSNBC 등 진보 성향의 언론사는 정신분석학자들을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자기애성 인격장애’(NPD)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
여론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29%가량이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대체로 반반이지만 미국 유권자의 약 3분의 1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퓨리서치는 현재 공화당원의 84%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부시,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보다 높은 수치라고 퓨리서치가 밝혔다. 트럼프는 이 지지율을 믿은 채 눈 딱 감고, 반대 진영에 대한 배려와 포용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오바마 따라하기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지지층만 겨냥하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내셔설 저널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와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한 대립을 불사하는 워싱턴의 정치 환경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타협 대신 ‘마이웨이’ 를 택했다고 내셔널 저널이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여소야대 정국 구도 속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의회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행정명령을 대거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오바마의 행정명령 남발을 집중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첫날부터 1개월 내내 손목이 아플 정도로 행정명령에 폭풍 서명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을 뒷전에 밀어두고 골프만 친다고 비판했다. 그런 트럼프는 취임 1개월 만에 6번 골프를 치는 등 이 분야에서도 오바마를 앞서가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 3개월 동안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은 트럼프의 오바마 따라하기에 그대로 적용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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