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헌재 재판관과 정치인에 대한 테러설까지 나돈다고 한다. 헌재 주변에는 경찰 경호요원들이 실탄을 장전한 총을 휴대한 채 지키고 있다. 헌재 재판관 8명이 그제부터 경찰의 24시간 근접 신변보호를 받고 있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시위대를 피해 뒷문으로 퇴근했을 정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테러 첩보를 입수하고 경호를 강화했다. 보수 진영 SNS에는 ‘청년암살단 지원자 모집’이나 ‘좌익 선동자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자’는 따위의 섬뜩한 내용의 게시물이 부쩍 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문 전 대표는 “(탄핵기각 때) 혁명밖에 없다”고 불을 지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탄핵이 기각되면 헌재 결정을 존중하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이들이 자기와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불복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이야말로 명백한 탄핵감이다. 박 대통령 측도 오십보백보나 진배없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 법정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 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나라가 탄핵 찬반으로 찢어진 작금의 상황은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제 헌재의 결정에 모두 승복하자는 성명을 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도 “(정치권이) 무조건 승복할 것을 국민 앞에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지극히 당연한 목소리다. 국론 분열의 위기에서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사회 원로들이 나서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질서정연한 집회 모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우리의 ‘광장 민주주의’가 폭력 사태로 번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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