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동의 없이는 3월 국회 열기 어려워 / '보여주기식 분풀이'로 끝날 가능성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특검 연장 요청을 거부하자 야권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탄핵추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황 권한대행측 입장 표명 직후 열린 야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황 대행 탄핵 공조를 결의했다. 야당이 제시한 황 대행 탄핵 사유는 직무유기와 권한남용이다. 특검법상 특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황 대행은 ‘자유재량’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하는 ‘귀속행위’로서 당연히 수사 기간을 연장해 줘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막은 황 대행 처사는 월권이자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야당이지만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바른정당은 자체 논의 후 탄핵 공조에선 빠지기로 했다. 그래도 3당만으로 166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탄핵안 의결정족수(150석·국회 제적 과반수)는 채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앞줄 가운데) 와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규탄하는 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애초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여당 반대로 관련 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순간 이미 무산된 것으로 여겨졌다. 여권 대선후보로 부상하는 황 대행이 남은 특검 기간 내 이를 다시 연장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 실패 당시에는 황 대행에게 연장 압력을 최대한 가하는 선에 머물렀던 야권 대응은 이날 황 대행이 거부 입장을 밝히자 그 수위가 확 높아졌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황 대행을 규탄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황 대행도 공범임을 자인한 것이고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는 “탄핵도 그런 엄중한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야3당 대표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특검 연장을 거부한 만큼 책임을 묻는 탄핵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이처럼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자칫 미적대다가는 특검 조기 종료에 따른 국민 공분을 뒤집어쓸 수 있어서다. 급기야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 120여명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황 대행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미애 당 대표는 “황 대행 직무유기와 권한남용에 대해 헌법적 절차에 따른 법적 조치도 고려할 것이며 특검법 연장을 다시 국회에서 재논의하겠다. 직권상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설사 야당이 황 대행 탄핵 결의안 및 특검 연장법안을 마련해도 여당 동의 없이는 이를 처리할 3월 국회를 열기가 쉽지 않아 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민 공분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식 분풀이로 끝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박성준·홍주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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