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에서 천명하듯 3·1운동 정신을 뿌리로 삼고 있다. 98년 전 오늘 일제의 암흑 천지에서도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런 민족의 비원과 결의를 밑거름으로 삼아 광복 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이루어냈다.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날에 광장이 두 쪽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 때까지는 열흘가량 남았다. 이 열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지금의 위기가 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촛불을 밝히는 쪽이나 태극기를 드는 쪽이나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탄핵이 되면 내란” “기각이 되면 혁명”이라는 식의 막말이 난무하는 한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오늘부터라도 당장 ‘촛불집회’ ‘태극기집회'를 중단하고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승복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가슴에 상처가 생기고 국론이 분열된 것은 정치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어제 담화문을 내 “국민 통합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장의 당부대로 정치권은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행동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대선주자들부터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의견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모아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말이 진심이라면 지지자들에게 집회 중단과 헌재결정 승복을 호소해야 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도 말로만 “승복한다”고 하지 말고 촛불집회 불참 선언과 함께 집회 중단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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