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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 개로 찢어진 국론… 부끄러운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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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2 00:18:39 수정 : 2017-03-02 0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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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각기 대규모 집회
독립 위해 뭉친 정신 이어받아
자중하고 헌재 결정 기다려야
3·1절인 어제 서울 도심의 광화문광장은 국민 대 국민 간의 충돌 일보 직전까지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들은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둔 채 광장 양쪽에서 따로 모임을 갖고 증오와 저주의 말들을 쏟아내며 서로를 적대시했다. 설마 하던 사태가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120여개 단체가 참여한 ‘3·1절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가 보다 못해 자제를 호소했다. 원로들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와 진보,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서로 존중하며 대통합의 길을 걷는 것이 3·1운동 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사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정치 지도자들이 제 역할을 해야 정상이다. 중심을 잡아 국론분열을 막아야 할 정치인들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오전엔 정부 주관의 3·1절 기념식에 얼굴을 내민 뒤 오후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따로 참석했다. 어느 누구도 찢어진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3·1정신은 분열과 갈등의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화합을 이루는 데 있다. 정치인들이 3·1정신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맞춰 왜곡하고 훼손해선 역사에 죄짓는 일이다.

98년 전 3·1운동 때 선열들은 달랐다. 정파 종파를 초월한 33인의 국민대표들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하나가 돼 헌신하고 희생했다. 민초들도 똑같이 나라를 위한다는 일편단심으로 행동했기에 오늘 이 나라가 있는 것이다. 나라 기둥이 썩고 있는 줄 모르고 정쟁에 매몰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암담하다. 반듯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엄혹한 일제의 탄압을 이겨내고 의연하게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선열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

탄핵 찬반 세력의 폭력성이 도를 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태극기 집회에서 연단에 오른 사람들은 특검과 헌재 재판관에 대한 위해설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일부 과격한 사람들은 인터넷 등에서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 시위를 하자”거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소를 공개하는 선동을 일삼고 있다. 시위의 비폭력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

모두가 법치와 이성으로 나라의 혼란상을 빨리 끝내고 조속히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후세의 사가들은 오늘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을 해선 안 된다. 국민 모두 자중하고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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