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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탄핵심판 결론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롯해 헌재가 심리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사건을 망라한 재판부는 현 5기 재판부가 유일하다. 특히 헌정사상 최초로 정당해산심판과 탄핵심판을 모두 맡는 등 유난히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심리한 까닭에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도 함께 주목받았다.
이정미(55·사법연수원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끄는 ‘8인 재판부’ 중 5명은 흔히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보수적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 재판관은 이진성(61·〃10기)·김창종(60·〃12기)·서기석(64·〃11기)·조용호(62·〃10기)·안창호(60·〃13기) 재판관 등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안 재판관과 김창종 재판관은 그중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인물로 분류된다. 이 권한대행과 김이수(64·〃9기) 재판관은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으로 꼽힌다.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58·〃13기) 재판관은 ‘중도’ 성향 인물로 분류된다. 그가 이번 사건 주심으로 결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강 재판관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은 “술자리에서도 그토록 논리정연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성격이란 뜻이다.
그러나 재판관들의 개인적·정치적 성향으로 탄핵심판 결과를 속단할 순 없다. 그동안 헌재를 거친 주요 사건에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일부 드러난 경우가 있으나 결정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8(찬성)대 1(반대) 의견으로 해산이 결정된 2014년 통진당 사건에서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8명(박한철 전 헌재소장 포함)은 “정당 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통진당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며 해산 의견을 냈다.
같은 해 3월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보수에 가깝다고 알려진 김창종·서기석 재판관이 “위헌적 부분을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혀 오히려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7(찬성)대 2(반대)로 폐지된 간통죄 사건에서 이진성·김창종 재판관 등 6명은 ‘가족공동체 유지와 보호’에 무게를 둔 이정미·안창호 재판관과 달리 ‘결혼과 성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사생활에 국가권력 개입의 부당성’, ‘혼인·가정 유지에 대한 자유로운 의지’를 근거로 위헌 의견을 냈다.
그동안 진행된 탄핵심판 변론에서 각 재판관들이 보여준 태도 또한 재판관 개별적 성향보다 법률가로서 ‘소신’을 앞세워 결정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청사 정문 앞에서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자료사진 |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진성 재판관은 질문의 양보다 ‘예리함’으로 증인과 대리인단을 당혹시켰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첫 탄핵심판 준비절차기일에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났지만 국민 각자가 자신의 행적을 떠올릴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로 7시간 동안 피청구인(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특정하라”고 대통령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소개한 사람이 하정희 전 순천향대 교수란 사실도 끄집어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 측에 끌려간다’는 초반 지적을 불식하고 단호한 진행으로 심리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그는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 대리인이냐”고 공격하자 “감히 법정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제지했다. 재판 말미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신청에는 “앞서 (증인이 오지 않는다면) 철회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냐”며 직권으로 취소를 결정했다.
박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두 쪽으로 갈라진 국론 봉합이 아닌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최악의 상황도 개연성이 전혀 없지 않은 실정이다.
변론종결 후 매일 평의를 이어가고 있는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직에서 파면될 만큼 헌법·법률 위반에 중대함이 있는지와 더불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른 사회적 후폭풍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 8명 중 6명이 인용 의견을 밝힐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기각 의견이 3명 이상일 경우 대통령 업무에 복귀한다. 문제는 7대 1, 6대 2로 의견이 갈릴 경우 원치 않은 결과를 받아들인 쪽이 이를 빌미로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전원일치’ 의견을 예상하기도 한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국론분열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전원일치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소수의견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이 다수의견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견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재판관만 참석 토의·표결… 이르면 7일 선고일 확정할 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종결 후 두 번째 평의를 열어 5가지 핵심 쟁점과 그에 대한 박 대통령 및 국회 측 입장을 점검했다. 헌재는 이르면 7일 선고기일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헌재는 “선고 전까지 휴일만 빼고 매일 평의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관 전원이 헌재 청사 3층 회의실에 모여 여는 평의는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각자 위헌 또는 합헌 의견에 표를 던지는 자리다. 토의와 표결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자연히 평의에는 재판관만 참여할 수 있고 연구관이나 일반 직원은 평의가 열리는 회의실 접근이 불가능하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너머로 보이는 청와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평의는 임명일 역순으로 발언하는 것이 헌재의 오랜 관행이다. 따라서 2013년 4월 헌재에 합류해 재판관들 중 서열이 가장 낮은 조용호(62) 재판관부터 자기 의견을 공개했고 6년 임기가 거의 끝난 최선임자 이정미(55)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마지막에 발언했다.
이날 평의에선 선고기일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헌재가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론을 짓겠다”고 강조한 만큼 10일 또는 13일 선고가 유력한 가운데 헌재는 7일쯤 선고기일을 정해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선고일 3~4일 전 선고날짜를 지정하는 관례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헌재는 선고 당일 대심판정 방청석 또는 청사 주변에서 재판관들을 향한 욕설이나 공격 등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경찰에 보안 강화를 요청해둔 상태다.
김태훈 기자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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