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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임박한 탄핵심판…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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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5 14:19:44 수정 : 2017-03-06 13: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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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헌재소장, 탄핵 기각하면서도 "대통령이 헌법 경시하면 안돼" 따끔한 일침 /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무조건 승복… 헌법준수 정신 함양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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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심판은 우리 헌정사상 두번째 있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사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13년 만인 올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결정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법기관은 기본적으로 판례를 존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먼저 내린 결정이 지금 시점에서 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와 비슷한 사안들에서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잉 원칙이라는 뜻이다.

세계일보 2004년 5월15일자 1면. 전날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은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소추 때가 유일하다.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은 헌재 재판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핵심 자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인의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 결정과 선고에서 2004년 결정례를 최대한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일보 2004년 5월15일자 10면 사회면.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에 환호하는 시민들 사진(왼쪽)과 분노하는 시민들 사진(오른쪽)을 나란히 실어 당시 사회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일 헌재 등에 따르면 2004년 5월14일 금요일에 이뤄진 노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결정문을 읽는 데에만 20분이 좀 넘게 걸렸다. 윤영철 당시 헌재소장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장내를 정돈하고 결정문 낭독을 시작한 시점은 오전 10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이 사건 심판 청구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으므로 기각합니다’라는 결정문 주문(主文)을 읽은 시각은 오전 10시24분이었다.

통상의 사건은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을 먼저 소개한 다음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선고가 이뤄진다. 하지만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결정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소개했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그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직후 탄핵심판이 이뤄진 63일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국무총리(오른쪽)와 악수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탄핵 결정에 필요한 재판관 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으므로 기각한다’는 주문 형식도 눈길을 끈다. 헌법상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탄핵에 찬성한 재판관이 있긴 있었으나, 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했다는 뜻이다. 당시 주심을 맡은 주선회 재판관은 “탄핵 기각 대 찬성 의견이 몇 대 몇으로 갈렸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죽을 때까지 이야기하지 않기로 (재판관들끼리) 약속했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따라서 이는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법이 탄핵심판 사건은 재판관별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 표시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고안해낸 주문 형식이다. 재판관별 의견 표시가 의무화한 뒤 처음 이뤄지는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주문 낭독과 동시에 탄핵 또는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이름도 일일이 거명함으로써 몇 대 몇의 결정인지도 밝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모 등으로 구성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서 야당이 발의한 탄핵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2004년 헌재는 국회와 대통령 측이 격렬하게 대립한 총 9가지 쟁점에서 결론을 내렸다. 비록 탄핵심판 결론은 기각이었으나 대통령 못지않게 국회 손을 들어준 대목도 많았다. 우선 ①탄핵안 표결 전 충분한 조사가 부족했고, ②탄핵안 표결 전 대통령의 해명 절차를 생략한 것이 탄핵소추 성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헌재는 “탄핵소추의 절차적 적법성은 인정된다”며 국회 측 입장을 지지했다.

③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하는 발언을 한 것이 선거법상 공직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인지, ④노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인지, 그리고 ⑤노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한 것이 헌법 위반인지 등 쟁점에서도 헌재는 국회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그렇다’고 결정했다.

반면 ⑥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인지, ⑦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탄핵 사유인지, ⑧노 대통령 취임 후의 국정·경제파탄이 탄핵 사유인지 등 3가지 쟁점에선 모두 대통령 측 주장을 인용해 ‘아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쟁점인 ⑨헌법·법률 위반만 인정되면 무조건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에만 파면해야 한다”는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 “파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탄핵 지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야당은 노무현 탄핵하라'는 피켓을 틀고 탄핵 지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다만 당시 헌재는 탄핵소추 자체는 기각하면서도 결정문 곳곳에 노 대통령을 향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헌재는 노 대통령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같은 특정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을 두고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대통령의 편파적 행동은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과 지지하지 않는 집단으로 양분되는 현상을 초래, 국가통합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당직자들이 2004년 5월 14일 국회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내용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
이어 “대통령이 헌법을 경시하면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게 된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탄핵을 주도했던 오늘날의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 직후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헌법준수 정신이 더욱 함양되고 대한민국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헌재 선고 시각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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