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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설립·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최씨는 우리를 음식점에 놓여진 이쑤시개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찮은 물건 취급을 했다는 얘기인데, 이쑤시개라고 모두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쓰고 있던 이쑤시개가 부러지자 “이쑤시개가 왜 이모양이야”라고 투덜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비서진은 아연실색했다. 부러지지 않는 이쑤시개를 수소문한 끝에 일본 회사가 만드는 이쑤시개를 수입해서 썼다. 8대에 걸쳐 300년 이상을 이쑤시개 하나만 전문적으로 팔고 있다는 유명 회사 제품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쑤시개뿐이었겠는가. 이 회장이 먹고 입고 쓰는 것들 중엔 세계 최고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회장이 키운 삼성처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아홉 살 난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라면을 먹어봤다”고 전했다. “떡볶이, 오뎅, 순대가 누구나 먹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말도 했다. 보통 아이들은 밥보다 더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임씨의 아들에겐 ‘불량식품’이었을 것이다. 임씨는 “아들이 내가 살았던 방식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면 자신이 누리는 것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균형 잡힌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높은 담장 너머 안쪽 깊은 곳 재벌가 세상을 얼핏 엿본 것 같다. 재벌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 조사 때 점심은 6000원짜리 도시락을 먹고 저녁은 짜장면을 먹었다는 얘기가 다시 화제다. 특검 관계자들은 특검 90일의 뒷이야기를 전하면서 “먹는 것도 잘 먹었다” “상당히 점잖았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짜장면 소식에 한 네티즌이 “나는 오늘 명동교자에서 칼국수 먹었는데 이재용보다 더 비싼 걸 먹었네요”라는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짜장면을 시켜주었더니 젓가락도 대지 않더라”라는 얘기가 나왔더라면 난리가 벌어졌을 것 같다. 문득 궁금해졌다. 배달된 짜장면의 비닐 랩은 이 부회장이 직접 벗겼을까, 특검 관계자가 벗겨주었을까.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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