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돼 더욱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사드는 중국 입장에서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문제라 결코 쉽게 양보할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앞으로 외교는 물론이고 스포츠와 관광 등 전방위적으로 속도와 폭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드 배치로 한국이 얻을만한 안보 관련 이익이 크다면 중국과 마찰을 불사하고라도 밀어붙일만한 명분이 서겠지만, 과연 그 정도의 이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일각에서는 이미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로는 사실상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해 주한 미군 방어용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 실정입니다. 또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할만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 효과가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사드를 위해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해야 할지 의문이 커지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는 되레 북한을 돕고 우리 스스로 안보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갈등이 중국을 설득해 풀릴 만한 사안이 아닌 데다 우리는 운신의 폭도 매우 좁다는 점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사드 문제 해결에 대해 현 정부에서 조급하게 결정해 밀어붙이기보다 앞으로 출범할 새 정부에 그 ‘키(key)’를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문제인 만큼 원칙을 지켜 국론 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에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이 전방위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관광정책을 전담하는 국무원 직속기구)은 자국 여행사들에 한국 관광상품 판매의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한국행(行) 중국인 관광객 감소비율은 연 기준 50~60%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우려이다.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806만명과 비교해 단순 집계하면 400만~500만명이 한국행을 포기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관광업계는 불안에 떨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더욱 우려할만한 점은 중국의 대응이 가히 살인적이고, 무차별적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당국은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해 무더기 시설점검을 벌이는가 하면, 몇몇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에서 탈락이 예상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또 한 유통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광고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었다.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지난 2일 해킹 공격으로 마비 사태를 빚은 것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면세점의 한국어와 중국어는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일본어, 영어와 모바일 서비스까지 모두 한때 먹통이 됐다. 중국 측의 보복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나아가 화장품과 공기청정기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까지 미친다. 성악가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방중 공연까지 잇따라 취소된 바 있다.
◆中 본색 드러내…韓 운신의 폭 좁아, 대응 여력조차 없어
중국의 보복 대응은 한국 경제에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무엇보다 내수경기가 좀체 회복되지 않아 기초 경제여건이 약화된 마당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대폭 줄어들면 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주요 유통업체의 최근 두 달간(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지난 1월 들어 설 특수로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앉으면서 회복세가 꺾였다.
실제 롯데마트의 최근 두달간 매출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줄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과일(-20.3%)과 축산(-17.5%), 의류·스포츠(-15.4%), 잡화(-12.8%) 등 주요 부문의 매출이 모두 줄어들면서 비교적 큰 폭의 감소율(20.4%)을 기록했다.
이처럼 매출 역신장(감소)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주말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탄핵 정국이 지속돼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더 낮아진 점이 꼽히는데,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여파까지 더해지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설령 사드 문제 해결된다고 해도 美-中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추진과 관련한 중국의 가속화되는 보복 조치에도 긴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을 막는데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드가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한 사안인데다,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신이 걸린 문제라 중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고위급을 중심으로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우리의 입장을 적극 알림으로써 최악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달 하순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순방할 예정인 만큼 사드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을 통해 중국에 보복 중단을 촉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올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자국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는 미 정부에도 적극 대응해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 도입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시에 한국과 무역에서 적자가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USTR는 또 "한국과 무역에서 적자가 배 이상 늘었으며, 이는 미국인들이 그 협정으로부터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비롯한 미 행정부의 통상 압력 강화를 시사하는 대목인 만큼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 전반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유세 기간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어 우리 금융시장까지 불확실성에 휩싸일 공산이 커졌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제자금의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는 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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