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표는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낸 다음 날인 어제 탈당을 선언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당 사태로 위기를 맞은 민주당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해 1월 합류한 지 14개월 만이다. 여러 사람이 나서 탈당을 만류했으나 김 전 대표의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여야 정치권은 노정치인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 정치 원로의 충정을 마음에 새기기보다는 그의 행보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는 정치공학적 셈법만 난무한다. 김 전 대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국민 눈에 비친 정치권의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가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정략에 매달려 위기를 부채질한다. 국정농단 파문과 경제 위기,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비상시국에서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만 바쁘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국론은 두 동강이 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는 국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갈등 해소는커녕 분열을 조장하고 선동한다. 입으로만 국민 통합을 외칠 뿐, 눈은 자신의 지지세력만 쳐다본다. 김 전 대표는 병자호란 당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후 인조가 외친 말을 인용해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지적이다. 정치인 스스로 자신의 언행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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