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법조계에선 헌법재판관들이 이날 평의를 마친 뒤 선고일자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13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선고일을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재판관들이)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평의를 진행했지만 선고기일 관련 발표는 나온 게 없다”고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7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그동안 헌재는 줄곧 오전에 평의를 진행했지만 6일부터 오후로 시간대를 옮겨 진행했다. 헌재 관계자는 “중간에 점심시간이 끼어 있는 오전 평의보다 오후에 평의를 진행하는 것이 ‘시간 제약’에서 보다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전 평의가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오후 평의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날 평의가 1시간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헌재 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헌재는 선고 직전까지도 초안이 돌 정도로 끝까지 논의를 거듭한다”며 “합의점을 못 찾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평의를 1시간가량만 했다는 것은 뭔가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선고일은 이미 합의해 놓고 언제 발표하는 게 최선일지 시기를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10일 또는 13일 선고가 여전히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국론분열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에 재판관들이 선고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한편으로는 선고기일을 너무 일찍 공개하면 당장 선고 2∼3일 전부터 찬반 시위대가 헌재 앞을 완전히 점거해 재판관들이 출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선고기일 지정이 늦춰지면서 탄핵심판 선고가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에도 선고를 불과 이틀 남겨 놓고 선고기일이 공개된 점에 비춰 오는 10일, 늦어도 13일에는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13일 오전에 결정을 선고하고 오후에 이 권한대행 퇴임식을 진행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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