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이후 국론 분열과 국정 마비는 임계점에 달했다. 우리 사회는 탄핵을 찬성, 반대하는 두 쪽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광화문 DMZ’라는 말까지 생겼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 중시 등으로 우리의 안보·경제가 위협받는데도 국가시스템은 몇 달째 고장 난 상태다. 헌재 결정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새 출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갈등의 끝이 돼야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돼선 안 된다.
찬탄, 반탄 세력의 승복이 절실하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등 사회 각계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화합을 이루자는 호소문을 잇달아 발표했다. 정의화·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들도 헌재 결정의 후폭풍에 대비해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헌재 변론 과정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탄핵 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헌재 결정 후엔 모든 억울함과 불만을 잊고 논란적인 처신도 삼가야 한다. 깨끗이 승복하는 품격을 보여주는 게 국정 지도자다운 도리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이 승복하겠다고 선언해주는 게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했다. 남 탓만 할 계제가 아니다. 여야 4당은 지난달 13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야권은 단서를 달면서 인용 결정이 안 나오면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른정당은 “기각되면 의원직 총사퇴로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탄핵 인용을 압박하며 선동을 부채질하는 언행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 대선주자들은 후폭풍을 수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큰 뜻을 품은 이들이라면 누구보다 나라의 진로를 걱정해야 마땅하다.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하고,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최종적 판단인 헌재 결정을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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