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미국 금리인상 등 美·中 불안요인은 여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으로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왔던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증권· 외환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빨라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등 국내외를 둘러싸고 있는 악재는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탄핵 인용이 발표된 10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27% 오른 2096.78에 거래중이다. 코스닥은 0.29% 상승한 607.89를 나타내고 있다.
소폭 하락 개장한 코스피는 탄핵 선고를 앞두고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닥은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판결문 낭독 중 1.16% 급락하기도 했지만 인용 이후 600선을 되찾았다.
외환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7% 내린 1158원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6월 예상을 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 결과가 증시에 큰 불확실성을 안겨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국내 증시와 환시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국내 증시 안정 찾나
탄핵 인용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시장은 한 가지 부담을 덜어낸 모양새다. 특히 야권의 신정부 출범 기대감은 국내 증시를 눌러왔던 사드 보복 조치를 누그러뜨릴 가능성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탄핵 인용은 직접적으로 친중 성향이 우세한 야권 신정권 출범에 대한 기대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 이슈도 한층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브라질에서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후 증시가 반등했다"며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증시 반전의 선결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이벤트가 많지만, 꼬리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3월 FOMC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으로 미뤄 향후 금리인상은 실물 경기의 개선세를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재차 언급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경우 금융시장은 안도 랠리가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외환· 채권시장은 미 금리 인상 속도에 '관심'
전문가들은 3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한다. 신흥국 경기 반등과 그간의 달러 강세 현상이 피로를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3월 기준금리 가능성은 현재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또 9개월 연속 4%대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과 연준 목표치(2%)를 넘나들고 있는 물가상승률 등 연준이 중시하는 두 가지 정책목표가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관심이 시기와 횟수 등으로 이전됐고 그간의(가팔랐던)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인플레 지표를 중심으로 신흥국 경기가 반등하며 신흥통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3월 FOMC 이후 미국 달러화는 약세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채권 시장은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ADP 민간고용 호조로 미 국채수익률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국채선물 시장 약세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지표금리와는 달리 작년 고점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상승 가능성은 제한 될 것"이라고 봤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