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서 "이번 사태는 대통령 개인과 측근의 문제를 넘어선 한국정치의 복합적 문제의 결과물"이라며 "우리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탄핵 결정에 대해 "국민의 요구로 시작돼 국민의 의지로 이뤄낸 결과다. 어떤 권력이나 집단도 헌법 정신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재확인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기와 혼란의 순간에도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향해 "정치권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 허약한 정당정치, 당리당략을 앞세운 비타협주의, 승자독식 등 정치권이 묵인해 온 제도와 관습 등이 적폐를 키우는 온상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정치권은 탄핵 결과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도, 정치적 셈법을 위해 활용해서도 안된다. 새로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의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일정 기간 국정 공백은 피할 길이 없다며 "국회와 정부는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고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이번 탄핵은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이라며 "권위주의,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적폐 청산은 시대적 요구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며, 우리는 변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다양한 주장과 요구를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피땀으로 지킨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수용과 상대에 대한 포용"이라며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할 때"라고 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치르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제 시작이다. 공정하고 차분한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대해 주문했다.
정 의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외교,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역사는 우리가 분열되면 국난을 겪지만 단합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며 "작은 차이와 이견을 극복하고 소통과 합의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힘을 다시 보여줘야 하며, 국회가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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