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눈은 이미 헌재를 떠나 조기 대선으로 쏠려 있다. 탄핵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걷혔지만,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재벌개혁과 규제 강화 정책을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선주자들이 재벌해체,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기업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라며 “여야, 진영을 떠나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야당이 추진하는 각종 경제민주화법이 무더기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재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확산된 반기업 정서가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다만, 재계는 헌재가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밝히면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적시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을 뇌물로 본 특별검사팀의 판단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은 재단 출연금을 뇌물이라고 했지만, 헌재는 정권의 강요에 못 이겨 출연금을 낸 기업을 피해자로 규정한 검찰 공소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기업 관련 부분은 뇌물죄 프레임에서 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아무 입장이 없고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특검 수사를 이어받아 SK·롯데·CJ그룹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전망이어서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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