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장미꽃 바구니가 놓여있다. |
붉은 장미는 누가 놓고 갔을까. 11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대문 앞에 놓인 장미꽃 바구니가 주인이 돌아오기를 외로이 기다리고 있었다.
꽃바구니에는 갈색 카드가 하나 꽂혀 있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하고픈 간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듯했다.
사저를 경비 중인 경찰 관계자는 "새벽에 누군가 배달을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4시30분쯤 수입차를 타고 온 이가 놓고 갔다고 전한 목격자도 있었다.
경찰 측은 오전 7시30분 바구니를 치워버렸다.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는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 12월17일 집회에서도 보수단체는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벌이고, 이를 ‘백만송이 장미’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청와대 인근 거리에서 심수봉의 노래 ‘백만 송이 장미’를 크게 틀어놓고, 빨간 장미를 길가에 내려놓으면서 탄핵심판 청구 기각을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말고,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퍼포먼스였다.
이 장미꽃 바구니도 그런 뜻으로 전달됐으리라 짐작된다.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차량이 주차해 있다. 인터넷 설비를 설치하려는 KT 측 차량으로 알려졌다. |
공교롭게도 다음 19대 대통령 선거는 ‘장미 대선’이라 불린다.
전날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60일 내 선거가 치러져야 하는 만큼 대선 투표일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 중으로 잡힐 것이 유력하다.
한편 이날 오전 내내 삼성동 사저 앞은 이곳을 오가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인터넷 통신장비와 보일러 배관 설비 등을 설치하기 위한 차량인데, 지난 4년간 사실상 방치된 집을 보수하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청와대가 탄핵 인용에 대비해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찰관 2명이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사저로 복귀할지 여전히 의문인 형편이다. 다만 보수가 대거 이어지고 있는 만큼 주말이 지난 뒤에는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취재진은 혹시나 모를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귀환을 기다리며 사저 주변에 진을 치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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