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 전 대표가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통합을 호소하지 않고 조건부 통합론을 내세운 것은 많이 아쉽다. 그는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며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촛불 세력이 요구하면 언제라도 10년 보수정권의 인적 청산 등 칼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갈등을 치유해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를 향한 적대감을 씻어내려면 너 나 없이 머리를 끄덕일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온 직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더 큰 애국심으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화해하자”고 호소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명록에는 “애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모두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통합운동이 필요한 때다. 지지자만 쳐다보면서 국민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대선용으로 비쳐질 뿐이다.
문 전 대표는 한·미 합의로 경북 성주에 배치작업이 시작된 사드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고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고압적으로 사드 보복전을 벌이는 중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중국과 협상하라”고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배치를 중단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미국에 대해 “노(No)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밝히고, 북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했다. 균형 잡힌 안보관을 마다하고 ‘촛불’만 쳐다보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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