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군비 경쟁… 군사충돌 가능성 고조
미·중 군사력 강화 경쟁이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슈퍼파워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미·중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양보없는 군비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국방비를 540억달러 증액하는 예산안을 만들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한 미국을 주창한 트럼프 대통령은 병력과 군장비 증강을 통해 군사 최강국 지위를 재확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육군 병력 규모를 현재 47만명 수준에서 54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운영 기준으로 277척인 해군 함정 수도 350척으로 늘리는 한편 전투기 운영 대수는 1200대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첨단무기 개발과 핵전력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군 현대화와 첨단무기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남중국해 등에서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는 만큼 군비강화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미국의 군사력이 투사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인 만큼 미 정보자산과 항모전단을 직접 공격할 요격 체계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자체 개발한 스텔스기 ‘젠(殲)-20’ 100대 실전 배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미 일부는 실전배치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으로 이미 해군전단을 구성했다. 랴오닝함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순수 자국산 건조 기술을 이용해 베이징급 항모 1∼2척을 현재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랴오닝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무력 과시에 나서자 동태평양의 미 해군 제3함대 소속 칼빈슨호 제1항모 전단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새해부터 G2가 항모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G2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핵 폭발력이 역대 최대 규모인 28만2000t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북한 군사력은 역내 안보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핵능력 고도화와 투발수단인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장 큰 위협이 된다. 북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일본도 군사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지향했다.
올해 안으로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보통 국가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지역 분쟁에 유엔평화유지군 등 파병을 통해 군사대국 일본을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본의 공군력과 해군력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군력의 경우 경항모인 헬기 항모 2척, 순양함 2척, 구축함 34척 등의 수상함 전력에다 자체 건조기술을 가진 잠수함도 수십 척을 보유하고 있어 역내 최강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F-35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을 3척 더 들여올 예정이다.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3000t급 잠수함은 2021년부터 9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북핵 능력에 맞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결정되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크게 자극해 한반도 지역에 더욱 큰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동유럽에서 나토 국가와 러시아 간 군비 증강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1949년 4월 나토 창설 이래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이 최고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측이 동유럽과 흑해, 터키, 시리아 등지에서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구촌 신냉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여름 시리아 인근 지중해로 향하는 러시아 항모 전단이 스페인에 입항하려던 당초 계획이 나토의 압력으로 취소되면서 양측 간 신경전이 더욱 첨예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7월 나토는 회원국이 정상회의를 갖고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칸 4개국에 최대 4000명에 달하는 4개 대대 병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냉전 종식 이후 26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병이다. 미국도 이에 호응해 지난해 순환기갑 여단과 특수임무대 병력 900명을 추가 배치키로 했다. 영국 또한 주력 타이푼 전투기를 루마니아에 추가 배치했다. 병력도 추가로 보낼 예정이다.
러시아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장착한 군함 2척을 추가로 발트해에 파견하는 등 이 지역에서의 전투력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군 기능력 향상 등 군 현대화를 위해 7000억달러를 투입했다. 특히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강력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신예 전차 T-14 아르마타 생산이 본궤도에 올랐고 성층권 비행이 가능한 Tu-160M2 ‘블랙잭’ 초음속전략폭격기도 2021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 여전히 지역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에서는 각국이 군사력 강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선 2012∼2016년 무기 수입량이 이전 5년 대비 86%나 증가했다. 이는 세계 전체 무기 수입의 29%를 차지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 군사력 경쟁이 본격화한 데는 역설적이게도 이란 핵문제 타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5년 이란 핵문제가 타결되면서 중동 지역에선 이란이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이에 대항해 역내 국가들이 재래식 군비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핵합의 타결 이후 이란은 시리아내전에 개입한 러시아와 IS 격퇴를 명분으로 개입하려는 중국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그러자 중동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 견제에 나서며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다. 사우디의 최근 5년간 무기 수입량은 212% 늘었다. 사우디는 또 미국의 최신형 전투함인 ‘연안전투함(LCS)’ 4척을 구매하면서 제2 해군력 증강계획에 돌입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중국, 파키스탄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는 2012∼2016년 전 세계 무기 수입량의 13%에 해당하는 무기를 해외에서 사들이면서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베트남도 2012∼2016년 무기 수입이 이전 5년보다 202%나 급증해 수입국 순위에서 29위에서 10위로 뛰어올랐다. 매년 전 세계 무기 거래량을 분석 발표하는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지난 5년간 세계 무기거래량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지역적으로 군비를 자체 통제하는 메커니즘이 생기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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