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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삼이사들이 방명록에 글을 남길 일은 흔치 않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방명록에 이름 석 자 쓰기가 고작일 것이다. 행여 방명록에 짧은 글이라도 남겨야 할 때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잘못 썼다간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 보이기 십상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방명록 쓰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엉뚱한 표현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이었다’며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고맙다’고 쓴 게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 “탄핵시켜줘 고맙다는 뜻인가”라고 날을 세우는 바람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날짜도 ‘4월 10일’로 잘못 썼다가 뒤늦게 ‘3월 10일’로 고쳐 쓰는 소동이 빚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역시 봉하마을에서 머쓱한 일이 있었다. 방명록에 ‘사람사는 세상’을 ‘사람사는 사회’로 적었다. 야당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정치적 표어는 ‘사람사는 세상’인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 방문했느냐”는 힐난을 들었다. “한두 줄 암기가 안 되면 그냥 수첩 보고 쓰시라”는 조롱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일 현충원에서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써 입방아에 올랐다. ‘습니다’를 ‘읍니다’로 잘못 표기한 것이 화근이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도 국립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을 한단계 엎그레이드시켜 영령들께 보답하겠다‘고 적었다. ‘업그레이드(upgrade)’의 한글표기를 잘못 써 “앵커 출신이라 글 쓰기는 영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모범 답안으로 통하는 방명록 글귀도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재작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방명록에 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다. 고인의 업적을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로 표현했다는 후한 평가가 따른다. 이 전 총재는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며 “우리 민주주의가 생활화된 데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석을 달았다. 대선이 시작됐다. 미리 방명록 쓰는 연습도 해둬야 할 듯싶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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