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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조용한 퇴임식'과 '결사대'… 달랐던 마지막

입력 : 2017-03-13 21:32:35 수정 : 2017-03-13 2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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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 朴, 친박 결사대 거느리고… 사저 무대로 ‘불복 정치’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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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재판장을 맡아 38일간 온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13일 퇴임했다. 헌정 사상 대통령 첫 파면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재판부를 이끈 그는 퇴임사를 통해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였던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가운데였다”며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퇴임식을 앞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바로 엊그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선고 이후 탄핵 무효를 외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의식한 듯 “헌재는 이번 결정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헌재 결정 불복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권한대행도 이를 의식한 듯 퇴임식 내내 법치주의 실현을 통한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 껴안고 화합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 과정에서 중국고전 ‘한비자’의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의미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장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장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하상윤 기자
퇴임식은 국민의례와 퇴임사 낭독, 꽃다발 증정 등을 거쳐 9분 만에 끝났다. 퇴임식에는 송두환(68·〃12기) 전 헌법재판관을 제외하면 특별한 외빈 없이 그동안 심리에 매진한 재판관들과 헌재 직원 1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 권한대행은 남편과 자녀들도 초대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조용하고, 요란한 걸 좋아하지 않는 평소 성품대로 이정미 재판관다운 작별이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 청사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재판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40분쯤 청사 로비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떠났다. 김이수(64·〃9기), 이진성(61·〃10기 )재판관은 이 권한대행이 탄 승용차가 헌재 정문을 빠져나간 뒤에도 한동안 청사 현관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한편 헌재는 조만간 재판관 회의를 열고 선임자인 김이수 재판관을 차기 소장 권한대행으로 호선할 계획이다.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선애(50·〃21기)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헌재는 당분간 재판관 7인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의 헌법 위배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사건 등 탄핵심판에 밀려 처리되지 못한 사건이 현재 843건에 달한다.

◆朴, 친박 결사대 거느리고… 사저 무대로 ‘불복 정치’ 개시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폐족’ 위기에 처한 강경 친박(친박근혜)계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검찰수사에 대비하며 정치적 재개를 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하는 박 전 대통령과 강경 친박계를 향해 “정치적 선동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의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민경욱 의원이 동료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결사대 성격의 ‘삼성동팀’을 짰다. 12일 밤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던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됐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총괄업무를 맡았다. 윤상현·조원진·이우현 의원이 정무를, 김진태 의원이 법률, 박대출 의원이 수행을 담당한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의원은 대언론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현행 법률상 포함되는 경호인력이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한다. 비선진료 의혹에 연루된 이영선 경호관도 포함됐다.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한 것으로 목격됐다. 윤 행정관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당장은 보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장 앞에서 엄마부대 등 ‘친박’ 단체 회원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선고받고 12일 사저로 돌아온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는 집회를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삼성동팀은 13일 활발하게 움직이며 박 전 대통령 지키기에 주력했다. 윤·조 의원은 오전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면담했다. 조 의원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몸이 안 좋으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하셨다”며 “거실이 너무 추워서 힘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이들의 헌재 불복 선동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마음에 걱정을 끼치고 화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면 불가피하게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동팀 의원들은 대부분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아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할 자격조차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원권 정지(서청원·최경환·윤상현), 막말 논란(김진태), 태극기 집회 참석(김진태·조원진), 채용청탁 의혹(최경환)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서다. 

지난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선고받고 12일 사저로 돌아온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위를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은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 뜨기 전부터 정수기나 온풍기, 서류 뭉치 등을 들여놓고 내가는 트럭들이 오갔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10여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전날부터 밤새 사저 앞 골목을 지켰다. 오후가 되자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를 자청하는 30여명의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소란으로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사저 인근 회사를 다니는 석모(34)씨는 “어제(12일)는 하루종일 구호를 외쳐서 업무를 못 할 정도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민순·이도형·이창훈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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