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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암운 드리워진 세계환율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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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4 21:51:54 수정 : 2017-04-11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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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은 위험… 최선의 대처는 시장 신뢰 국가 간 환율 갈등을 영어로 ‘Currency War’라고 한다. ‘Currency Combat’이니 ‘Currency Battle’이 아니다. 웬만한 블록버스터나 스릴러 영화보다 스케일이 크고 복잡하다는 소리다. ‘환율 전투’란 말은 안 쓴다. 국가 간 환율 갈등은 무지막지하고 잔혹한 ‘전쟁’이다.

환율전쟁은 한마디로 ‘자국 통화 가치 할인경쟁’이다. 리먼 사태(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호된 불황을 겪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수출을 확대해 경기를 회복시키려 경쟁적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무차별 ‘돈줄 풀기’다. 넘쳐난 미 달러는 개도국으로 흘러들어왔고 이들 나라는 자산거품이 발생하고 수출이 감소하는 호된 아픔을 견뎌내왔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세계는 네 차례의 환율 세계대전에 휩싸인 바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1차 환율전쟁, 1970년 브레튼우즈체제(미 달러를 주거래 통화로 삼고 고정환율제를 골격으로 하는 국제금융 질서)를 무너뜨린 닉슨 쇼크로 촉발된 2차 환율전쟁, 1985년 플라자합의(미 달러 강세를 완화하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재무장관들이 맺은 합의)로 촉발된 3차 환율전쟁,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4차 환율전쟁이 그것이다. 뚜렷한 공통점은 딱 하나다. 미국 대통령들과 각료들이 치밀하게 조종해 자기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의도적으로 환율전쟁을 일으켰다. 모두 미국이 주도했고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세계는 지금 가시화하고 있는 5차 환율전쟁을 우려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며 세계를 상대로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당선 전부터 비난해 온 중국은 물론 일본, 독일을 상대로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부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위안화, 엔화, 유로화를 윽박질러 달러의 평가절하를 쟁취하려 한다. 대놓고 ‘약 달러’를 외친다. 그러나 세계 기축통화인 미 달러는 스스로 평가절하할 방법이 없다. 주요 상대국들의 통화가치를 절상시켜야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트럼프는 꾸준히 환율과 미국의 무역적자를 문제삼아 왔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국 통화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대미 무역흑자에 ‘강간’이라는 표현도 입혔다. 취임 100일 과제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명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일본과 독일을 직접 거론하며 선전포고를 하고 환율전쟁 전선을 확장시켰다. 트럼프는 “중국은 환율조작의 그랜드챔피언”, “일본이 수년간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지켜봤다”, “독일이 유로화를 절하해 미국을 착취한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토해 왔다.

세계 환율전쟁 암운이 짙게 드리워져 간다. 5차 환율 대전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해야 할까. 원화는 그간의 무역흑자로 많이 평가절상됐다. 그럼에도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앞으로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정부 차원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위험하다. 환율로 웃음꽃이 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환율은 오르거나 내리거나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우리 정부는 담담하게 “원론에 충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된다. 최선의 방법은 철저히 외환시장을 믿는 것이다. 환율전쟁에서 정부가 시장을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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