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밝은 눈’으로 옥석 가려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4명이 어제 첫 지상파 TV 생중계 토론회를 열었다. 라디오와 인터넷TV 합동토론에 이은 세 번째 토론회다. 대연정, 중국의 사드 보복, 복지, 일자리 대책 등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다른 당들도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후보 간 토론이 많을수록 국민이 옥석을 가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선일 지정 법정 기한은 3월20일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7일까지는 선거일을 공고할 예정이다. 선거일은 5월9일이 유력하다. 이에 맞춰 각 정당은 사실상 대선체제에 들어갔고, 후보 확정 시기를 3월 말에서 4월 초로 잡고 있다.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국가 지도자를 뽑는 국가대사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 탄핵이란 비상 상황에서 당초 계획보다 7개월이나 앞당겨 치러지는 만큼 부실 선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5개 정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출마 희망자가 줄잡아 20명가량 된다. 자칫 자질 경쟁보다 구호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잖아도 출마의사를 밝힌 정치인 중에는 한눈에 봐도 국가운영 능력이 의심스러운 인사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째도 검증, 둘째도 검증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지도자를 제대로 뽑지 못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후보의 비전과 정책, 자질을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차기 정부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사드 배치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을 둘러싼 안보 위기, 경제 위기, 갈등, 사회 양극화, 개헌 문제 등 국가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집권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말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제대로 풀어도 ‘성공한 정부’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제들은 대통령이나 집권세력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편을 가르는 분열의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의 자세가 중요하다. 벌써부터 사탕발림 구호와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에 현혹되고 여론몰이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국정 능력을 갖춘 반듯한 지도자를 가려내는 유권자의 밝은 눈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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